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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류이치 사카모토 -Energy Flow

실로 오랜만에...

블로그에는 아마 반년가까이? 만에 쓰는 글 같습니다.

그 사이에 아예 글 몇개를 부끄러워 닫아놓기도 했구요.

오는 사람도 없었습니다만, 뭐 글과 말로 먹고살려 했던 20대의 열망이 아직도 꿈틀대는 듯 하여 이렇게 다시 조용히 열었습니다.

어찌되었건,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음악은,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 의 Energy Flow 라는 곡입니다.


국내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을 좋아하고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국내의 많은 팬분들은 애정을 담아 그의 한자독음을 따서 "용일이형"이라고도 부른다지요. 하지만 정작 이름을 사카모토 류이치 보다는 영어식인 류이치 사카모토로 부르는 건 왜인지 참 궁금하지만 저도 이 방법으로 부르는게 익숙하고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피아노 앨범이나 영화 음악을 통해서 접하면서 그의 음악을 이런 스타일의 음악으로만 인식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듯 합니다. 특히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오스카 상을 안겨준 1988년 작 '마지막 황제' OST 라던가, 그 이전에도 일본영화 '전장의 크리스마스'(1981년 작) 에서 들려준 'Merry Christmas Mr.Lawrence'가 우리에게 참 익숙한 멜로디입니다. 최근에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자'에서 음악 감독을 맡아서 아카데미는 오랜만에 노미네이트 및 수상에 도전했다고 합니다. 결국 실패했지만 골든글로브에는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하면서 이런 인식은 어쩌면 좀 더 강해졌을지도 모릅니다.

이렇듯 국내에선 이쪽으로 유명하지만, 알고보면 상상도 못할 장르를 시도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80년대에는 그 유명한 Yellow Magic Orchestra(이하, YMO)를 통해서 해외에서 신스팝으로 인정받고 오히려 일본에 금의환향해서 전설로 남았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고(물론 그 사이 해체도 하고 다른 이름으로도 활동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OST와 관련해서 당시 다른 영화의 OST 제작에 참여해 영화제에서 수상을 놓고 경쟁했던 Alva Noto와도 협업을 통해서 앰비언트 계열 음악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오늘 이 곡을 고른 이유는 딱 하나. 비가 오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있어 비가 오면 듣게 되는 음악들이 몇 곡 있는데 그 곡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입니다. 사실 저는 비를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지만 라디오에서 비가 오면 골라주는 선곡이나 제가 고르는 곡들은 좋아하는 편입니다. 신기하지요.

이 곡 자체는 워낙 유명해서 해당 음원이 따로 있긴 했는데, 이 곡이 들어있는 1999년에 발매된 "BTTB" 앨범을 작년 8월 초에 우연찮게 구했습니다. 최근 이 앨범은 국내 라이선스로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몇몇 온라인 샵에서 대부분 친절히 일시품절, 품절을 알려주었기 때문입니다.(혹 틀렸다면 꼭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물론 저도 알X딘 중고 서점에서 책을 보러 갔다가 중고 앨범 파트에서 찬란히 네글자를 빛내던 딱 한 장 남은 앨범을 들고 옆에 있던 지인이 뭐라하던 탄성을 내뱉고는 바로 구매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가서 CD를 개봉봉하며 두근댔던 마음은 마치 Tahiti 80 앨범에 친필사인을 받고 멤버들과 사진을 찍었을 때만큼 두근댔던 것 같았네요.


앨범 자켓 참 심플하지요? BTTB의 뜻은 Back To The Basic 이라고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뜻 답게 앨범 전체가 깔끔한 피아노 선율로 그리고 저같은 클래식 무지렁이도 느껴질만큼 편안하고 기본에 충실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중간에 언급했던 YMO라던가, 알바 노토와 협업했던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래도 그의 음악은 항상 피아노가 함께했다는 사실은 변함없는것 같습니다. 심지어 YMO 시절 그가 만들었던 곡은 전부 신스팝 스타일이기 때문에 소위 오락실의 뿅뿅거리는 음이라던가, 신디사이저의 독특한 음향만을 기억하기 쉽지만 그의 콘서트에서 보여주는 그 시절의 음악을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을 보면 "아... 이 사람의 기반은 피아노에서 나왔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특히 이 앨범 15번 트랙에 수록된 Tong Poo는 YMO 시절을 대표하는 유명한 곡중 하나인데 이 곡을 들어보면 제가 바로 앞에서 언급한 감탄을 이해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워낙 왕성한 활동을 하는 아티스트여서 앨범 수도 곡 수도 많기 때문에 어떤 것이 이 사람의 특징이다라고 함부로 말할 수는 없기도 하고 제가 그런 평을 내릴 내공도 아닙니다. 하지만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항상 새롭게 뭔가를 시도하고 또 그 시도를 팬들에게 설득하기도 하고 호응을 잘 이끌어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2014년 하반기 쯤 공식 페이스북 계정 및 홈페이지에 후두암으로 인한 활동 중지를 선언해서 참 많이 걱정이 되었는데 그 다음 해에 복귀 뉴스가 나오면서 다시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특히 아베의 일본 정부에도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영상을 보면서 "이래야 용일이 형이지"를 외쳤던 기억이 나네요.

조만간 여름이 다가오면 장마가 시작되고 한동안 저는 굉장히 우울해할거고 그때 아마 이 음악과 사카모토의 몇몇 앨범을 끄집어서 듣고 있을 듯 합니다. 아무리 우울해도 그 음악을 듣는 시간만큼은 굉장히 저에겐 평화로운 시간이기 때문이겠죠.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죠.

2016.5.16.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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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찾고 있는 앨범 중에 하나가 바로 류이치 사카모토와 모렐렌바움 부부가 만든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헌정앨범인 'CASA'인데 국내 라이선스 버전 역시 품절이라 중고 앨범을 구매해야 될 것 같습니다. 라디오에서 예전에 한 번 이 앨범에 수록된 곡을 틀어줬는데 편안하고 참 좋은 앨범이어서 구매 의욕이 불을 붙더라구요. 혹시 새앨범으로 구매 가능한 곳 아시는 분들은... 굽신굽신 하면 도와주시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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