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다반사

촌철 그리고 살인

 언제부턴가 인터넷 뉴스에 달리는 댓글을 거들떠도 보지 않게 되었다. 옛날에는 분명 짧고 굵지만 해학이 가득한 글들이 많았던 반면, 이제는 눈뜨고는 볼수없는 아수라의 지옥도가 펼치지고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가져다준 개방성과 자유도는 분명 많은 이로움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그 장점도 한계에 다다르고, 어두운 면들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최근 뉴스를 보면 특히 사회면을 보고 있자면, 소위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라는 인터넷 개그가 떠오를 정도로 점점 그 정도가 심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전반적으로 참을성이 없어진 사회다. 너무 쉽게 분노하고 화를 내고 상처를 준다. 하지만 이게 인터넷 상에서만 그런다면 문제가 없지만 이젠 그 수위가 가상을 넘어 현실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의 댓글만 보더라도 이게 허세로 가득 찬 인간들의 글인지 아니면 실제 이런 정신을 가지고 사람의 글인지 모를 정도다.  한때는 인터넷의 집단지성의 자정 작용에 기대하는 학자들이나 관련 전문가들도 있었지만, 자정작용은 고사하고 집단의 폐쇄성만 강해지고,  폐쇄성이 낳은 무수한 감정의 배설물이 모인 정화조만 되어가고 있다.

 세치 혀로도 모자라 이젠 손가락 몇 번 두들겨서 사람을 죽였다 살렸다 하고 있다. 또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논리를 가지고 글이 아닌  문자를 나열하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인터넷이 정말 좋긴 좋은건가 라는 생각이 든다. 복잡하게 생각하길 거부하고 누군가가 편집해준 간단하게 정리된 정보 만을 받고 살다보니 조금이라도 스스로 생각하기보다는 집단 논리에 무작정 따라가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집단 논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집단은 순식간에 허상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렇다면 그들이 남긴 찌꺼기는 누가 처리해야할까?

 촌철은 사라지고 살인만 남은 인터넷이라는 생각을 한다. 집단 내에서는 낄낄 거릴 농을 치고 있지만 집단 밖에서 바라보고 있자면 섬뜩한 이야기가 보이고 있고, 흑백논리만 남은 인터넷을 보고 있자면 왠 매카시즘의 인터넷 버젼인가 싶기도 하다. 나 홀로 성인군자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렇게 될 마음도 없지만 최소한 저 무리에 어울려 같이 병신 탈춤 짓을 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우리는 지금 손에 총,칼이 없을 뿐이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기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쉽게 망각하고 있다. 아마 우리는 너무나 쉽게 사람을 별 감흥없이 조금씩 죽여가고 있는데 무감각해져 있지 않나 싶다. 큰 화는 사소함에서 비롯된다는 말을 떠올려본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의 냄새  (0) 2016.09.19
봄길 - 정호승  (0) 2016.07.11
서랍을 정리하다  (0) 2016.06.24
지름신 강림.  (0) 2016.05.21
스타워즈7 깨어난 포스  (0) 2015.12.29